이사이유?

날적이 2009/11/17 02:38

붙여 쓰니까 무슨 불어 단어같기도 하군요. 이사이유? 실없는 농담이었고, 몇몇 분들이 알라딘을 떠난 이유를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서 몇 자 적습니다. 세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먼저, (어느 분이 알라딘 블로그에 남겨주신 대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알라딘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부당해고 한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불매 운동에는 동참하기 어려운 조건입니다. 알라딘을 통하지 않고는 국내서적을 구할 수 있는 길이 막혀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부당해고 하는 알라딘에서 블로그를 지속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두 번째, 이건 좀 오래된 이유인데, 알라딘 블로그가 기술적인 면에서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우선 파일 업로드 기능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파일을 예전 홈페이지 사이트에 올리고 링크를 만들 수밖에 없었지요. 아주 불편했습니다. 또 글마다 붙어 있는 '추천' 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그걸 블로그에서 제거할 수가 없었습니다. 글의 질이 투표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 뭘 위해서 그런 기능이 존재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요. 동일한 이유로 방문자 통계도 공개하지 않았던 것인데, 그건 다행히 조정이 가능했었습니다.

 

세 번째, 알라딘에 처음에 들어갈 때는 몇몇 사람들과 나름대로 개인적으로 좀 더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그 가운데에 이론적 논의도 하고 그렇게 하고 싶어서였는데, 사실 이것이 형용모순적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이론적 논의를 하는데에, 제가 맺고 있는 사적이라면 사적이라고 볼 수 있는 관계들이, 더 나아가 사적 관계들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이 지나친 간섭을 해오고 방해가 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비판의 논점들도 사적 관계들로 인해서 상대편에게 제대로 전달되거나 인정되지 못하고, 쓸모없는 감정적 반응만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인터넷에서는 이론적 논의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것이 전혀 아니라, 오히려 정 반대로 인터넷에서도 가능한 이론적 논의를 함에 있어 소소한 일상사와 사적 관계가 매우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확실한 거리를 취하고 상대편을 이론가로서(또는 이론하는 사람으로서) 대하는 것이 낫다고 최종 판단한 것입니다. 사실 nation의 번역어 관련해서 마지막에 올린 세 편의 글을 '개인적인 연구노트' 형식으로 올린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는데, 처음부터 그렇게 했어야 했다고 여겨집니다.

 

앞으로 알라딘에서 쓴 글들이나 예전 신비로 쪽에서 쓴 글들 중 다시 올릴만한 글들을 모아 올릴까 합니다. 가끔 들러주셔서 좋은 말씀 나눠 주시면 좋겠습니다. 누구든 이 블로그에 제 글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 뿐 아니라 비판적 문제제기를 올려주시는 것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환영입니다. (예전에는 '트랙백 기능'이라는 것이 있는지 몰라서 '방문자글들'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놨었는데, 필요없는 것 같습니다. 긴 글은 트랙백을 걸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